내가 블로그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첫 번째 이유가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뚱율이의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막막함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초보 보호자에게 이유식은 쉽지 않은 숙제지만 아기가 아토피 환아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오늘도 이유식에 걱정이 많은 모든 초보 부모님들에게 이 화이팅을 바친다. 화이팅!
우리 뚱율이는 부모 뽑기 추첨에 운이 그다지 없는 편인 듯하다. 엄마인 난 천도복숭아나 멍게를 먹으면 드물게 발진이 올라오고, 아빠는 아보카도를 먹고 무려 아나필락시스가 와서 기도까지 부어 사경을 헤맨 경험이 있는 굉장한 알러지의 소유자다.
하지만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알러지가 있다고 해서 음식이 무섭진 않았다. "요즘 의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병원가면 되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새로운 음식도 겁없이 먹어왔지만, 자식이 알러지가 있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정이었다.
이유식을 만들 때마다 이걸 먹여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고 두 번의 발진 이후에는 겁이 나서 먹이는 거의 모든 식자재의 알러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검색충으로 몇주를 살아본 결과.. 알러지가 없는 음식은 거의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감자 알러지" "브로콜리 알러지" "단호박 알러지" "쌀가루 알러지" 등등 검색하면 거의 모든 음식에 알러지 케이스가 다 나온다. 세상은 넓고 알러지 항원은 많다.
두려움을 딛고 2달 반째 안정적으로 이유식을 먹이는 지금 아이가 잘 먹어주는 게 엄청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안정기까지 오면서 체득한 이유식 관련 체크리스트를 공유해 본다.
1. 되도록 180일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 많이 어린 시기에는 장에서 면역물질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해서 쉽게 아토피 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
2. 가급적 쌀 미음은 시판 쌀가루보다 직접 불린 것으로
- 아토피 관련 카페를 보다 보면 의외로 시판용 쌀가루 사용한 뒤 발진이 생겼다는 게시글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뚱율이 역시 그러한 케이스였고, 첫 번째 이유식을 시판 쌀가루로 했다가 발진이 일어나서 첫 번째 이유식 포기가 찾아왔다. 시판용 쌀가루를 먹이고 문제가 없다면 좋겠지만 혹시나 발진이 일어났는데 원인이 불분명하다면 쌀가루를 의심해 보는 것도....
3. 야채 / 식물성 단백질부터 시작
- 동물성 단백질은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때는 오래도록 끓이는 것이 좋다. 뚱율이가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15분 이상 조리할 것을 권유해주셨는데 이렇게 하면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서 알레르기 유발 확률이 줄어든다고..
4. 철분 섭취를 돕는 시금치 (푸른 잎채소) / 비트
- 180일이 지나면 다른 친구들은 소고기 먹는데 우리 아가만 쌀미음+ 야채 이유식을 먹이다 보면 철분이 부족할까 걱정하게 되는데 그럴 때 뚱율이는 이유식에 시금치를 넣어서 철분을 보충했다. 물론 육류에서 얻는 철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유식 초기에 많이 쓰이는 야채 중에서는 철분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5. 돌 전까지는 피해야 할 음식들
- 우유/ 계란/ 콩 (대두) / 땅콩/ 생선등
- 분유/ 예방접종 시 알레르기 유발 물질 꼭 확인하기
6. 알러지 반응이 올라온다면
- 인터넷에는 의심 항원이 되는 재료를 "한 동안" 먹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한 동안"이라는 말이 애매하기도 하고 그럼 평생 먹이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지역에서 알레르기로 꽤 정평이 나있는 의사선생님께 똑같은 질문을 받은 해답은 "알러지 발진이 심하지 않다면 일주일 혹은 좀 더 오래 지나고 난 뒤 다시 먹여보고 항원인지 아닌지 확인하세요" 이었다. 돌 이전의 아기는 알러지 반응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발진이 한번 일어난다고...
7. 관리 일지 쓰기
- 먹은 음식/ 아토피 상태 / 스테로이드 사용 기간등을 체크할 수 있도록 일지 쓰기.
- 뚱율이가 사용중인 관리 일지 첨부